‘정말로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 진규 최

- 2016년 10월 14일
- 2분 분량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지음 이 책에서 대담을 나눈 우치다 타츠루와 오카다 도시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의 이름난 사상가임에도 독특하게 개풍관(凱風館)이라는 무도관을 운영하고, 오카다 도시오는FREEex라는 회사를 운영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조직을 공동체로서 꾸려나가고 있다. 먼저 개풍관을 조금 더 소개하면, 이곳은 '무예를 배우면서 배움을 얻는 공동체'다. "문하생은 150명 정도로 일주일에 6일은 무예를 연마하고, 하루는 세미나를 열어 현대 정치나 경제, 문화를 논한다." 무도관인 동시에 인문학 교실인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곳에서 제자 및 동료들을 만나 어울리며 그들에게 자신의 무예와 학문을 '나눠준다.' 오카다 도시오의 FREEex는 후원자 제도로 운영되는 독특한 회사다. 190명 정도 되는 사원들이 돈을 내 대표 오카다 도시오에게 월급을 준다고 한다. 오카다 도시오는 자기를 믿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신세를 진다'. 베풀거나 신세를 지는 것은 다름 아니라 공동체가 굴러가는 데 있어 기본이 된다. 여기서 우치다 타츠루와 오카다 도시오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단자화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극복할 방법이 이러한 공동체성의 회복 및 복구라는 점이다.현 시대의 "절망의 시대를 건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되는 대로 베풀고 신세 지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기였던 지난 시절에는 잠시나마 평화와 번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혼자서 해나갈 수 있을 만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대는 끝나버렸다." 게다가 "대화의 공통 기반이 사라진 사회, 욕망을 거세해버린 젊은이, 존경을 잃어버린 연장자, 교육을 포기한 학교, 성과주의라는 괴물이 만들어놓은 참담함"이 우리 사회의 풍경이 되었다. 저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우리들은 사회가 풍요롭고 안전해지면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진 탓에 "친족을 해체하고, 지역공동체를 해체하고, 종신고용 기업 같은 중간 공동체도 해체하여 최종적으로 모두 고독해졌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러한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커뮤니티를 조물조물 만들어나가"길 권한다. "저 혼자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이 나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는' 삶을 사는 것보다 집단적으로 살아가며 '신세를 지거나 남에게 베푸는' 쪽이 살아남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자 방법으로 드는 것이 '증여'이다. 증여란 간단히 말하면 내가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남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특히나 댓가를 바라는 선물과는 다르게, 댓가가 없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건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축구에서의 패스(pass)와 같다고 설명한다. 댓가를 바라는 심정 없이 패스를 해도 결국 공은 돌고 돌다 나에게 굴러온다. 공을 주고받는 패스를 거듭하며 모두가 누리는 전반적인 플레이는 향상된다. 나 자신도 그 안에서 훈련을 쌓고 실력이 나아진다. 이런 결과를 낳는 것이 증여, 즉 순환을 향한 패스라는 것이다. 내가 독차지하지 않고 '골'을 남에게 넘기면 손해 아닌가? 하지만 내 발에 걸린 공일지라도 누군가 덕분에 내게 잠시 굴러온 것이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제 몫을 독차지한다는 생각은 자신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이 저자들의 논증이다. '내가 가진 것은 내 힘으로 손에 넣었으니까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내게 있다'는 생각은 어떤 경우에도 착각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공동체를 유지할까'라는 경험지(經驗知)의 소중함을 잊어버렸습니다.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은 전부 시장에서 상품의 형태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뼛속 깊이 돈, 돈,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그런 단순한 삶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통렬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선 '돈'이 없으니까요. 둘째는 '정말로 필요한 것,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나와 오카다 씨가 주목한 '위기'는 상당히 심각합니다. 물론 독자 여러분은 이 대담을 웃으면서 읽으셔도 상관없지만, 잠시 동안만이라도 책에서 손을 떼고 '내가 살아남기 위한 공동체'는 어떤 것일까 스스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맺음말」에서 이 책은 '돈'이 없어 위기라는 사람들을 향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편안한 말투로 이어지는 대담집이지만, 단순한 언어로 전하는 지혜가 꽤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