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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에 대한 어떤 각오

  • 작성자 사진: 진규 최
    진규 최
  • 2016년 1월 8일
  • 2분 분량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미루야마 겐지 지음 일본 작가 미루야마 겐지는 1943년 생으로, 20대 무렵 무역회사를 다니다가 발표한 <여름의 흐름>이라는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이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스물다섯의 나이에 나가노 현 아즈미노라는 동네로 귀촌한다. 이후 문단과는 일절 관계를 끊고 창작에만 전념한다. 독특한 행보인 셈인데, 글의 스타일 역시 거침없고 결연해서 그 점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꽤 있다. 이 책도 제목부터 거침없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과연 무엇을 두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까. 시골생활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열병처럼 당신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혹 당신은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시골에서 얻을 수 있다는, 그야말로 망상에 가까운 환상을 품고 있지 않은가요. (...) 당신은 도대체 시골이란 곳을 얼마나 깊이 파악하고 숨겨진 정보를 얼마큼 얻고 나서 그렇게 대담하고 유치한 결단에 이른 것인가요.


'그런 것'이라는 표현의 속뜻인즉, 시골생활에 대한 환상을 말한다. 결국, 시골은 뭘 모르는 당신의 머릿속에나 있는 그런 낙원이 아니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실로 책 내용 역시 환상을 깨부수기 위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특징이자 재밌는 점은 지은이가 독자에게 해주는 말들이 인생 선배로서의 친절한 조언이거나 마음을 담아 건네는 배려이거나 하는 게 아니라 시종일관 매우 신랄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때로는 읽다가 실소가 나올 만큼 매우 구체적으로까지 시골생활을 흉보고 있다. 목차를 훑어만 봐도 충분히 짐작될 정도로. 이를 테면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시골에서는) 구급차 기다리다가 숨 끊어진다"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시골은) 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가능한 큰 개를 길러라" "(범죄자들이)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모임에 도시락을 대주면 (선거에서) 당선"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단 난다" 등이다. 이 책은 읽기에 따라, 어느 대목은 통쾌한 생각 같기도 하고, 때로는 별 생각 없이 끄덕이게도 되고, 어떤 때는 꽤나 불편하기도 하다(아니, 자기가 뭐라고 시골을 이토록 흉보는 거야!). 그런데 다 읽어갈 무렵 새삼스레 든 생각은 이랬다. 작가 자신이 밝히듯 이 책은 '뭣도 모르고 시골생활을 염원하는 이들을 위해 쓴' 글인 것은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어떤 섣부름도 없이 시골생활을 해가자는 결연한 각오처럼도 여겨진다. 고백하자면, 책을 펼치면서 애초에는 시골이 '이런 거다' '저런 거다'를 단언하는 자체가 섣부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는 그런 인상은 오히려 희미해졌다. 작가는 결국 섣부른 환상은 걷고 대신 그 자리를 '진정한 빛', '진정한 감동'으로 채우자고 말하는 듯하다. 책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진정한 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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