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대비할 ‘생업적 감각’
- 진규 최

- 2015년 9월 25일
- 2분 분량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지음 / 지비원 옮김 나는 2년 전 살던 도시의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연고도 없는 옥천에 가족과 이사했다. 어마어마한 주거비용과 만원 버스에 실려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밤에 퇴근하는 생활, 주말에 모처럼 나선 공원에서까지 미어터지는 사람과 자동차에 진저리가 나서였다. 그러나 이사를 올 때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어떻게 먹고사느냐?'의 문제였다. 다행히 낙천적이었던 나는 아무도 나를 고용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나를 고용(?)하기로 하고 포도밭출판사라는 1인 출판사를 차렸다. 그런데 사실 신생 출판사로서 출판만으로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본업 외에 여러 가지 일들을 겸하기 시작했다. '프리랜스 편집기자'라는 직함으로 옥천신문사에 일을 얻었고, 책을 조판하는 프로그램인 인디자인 사용법 강의를 다니며, 다른 출판사들에서 책 디자인 의뢰를 받는 북디자이너로도 일한다. 그래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었을까? 안타깝게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아마 평생의 과제일 것 같지만, 처음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만큼 막막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런저런 재주를 활용하면 적어도 배는 곯지 않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의 저자인 이토 히로시는 이것을 '생업적 감각'이라 부른다. 1979년생이니 나와는 나이도 비슷하다. 저자는 고생 끝에 들어간 벤처 회사에서 밤낮없이 일한 대가로 비싼 집세를 내고 중독처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다가 어느 순간 생각한다. "이런 인생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결국 그는 200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생업을 꾸리는 일에 나선다. 저자는 어딘가에 고용되어 한 가지 업종에서 집약적으로 일하는 '전업'은 근대의 산물이며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는 노동방식도 아니라고 말한다. 돈이 많이 들 법한 준비를 하지 않고서도 생활 속에서 일거리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런 일 몇 가지를 조합하여 일하며 생활에 충실을 기하는 것(34쪽), 이것이 바로 저자가 추천하는 생업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장기 불황과 그로 인한 사회 불안을 겪고 있다.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원치 않는 퇴직을 한 후 금쪽 같은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몇 년 안에 파산하는 경우도 흔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사업의 투자비용을 늘리고 규모를 키우는 게 오히려 독이다. 생업 방식에서는 거창한 전업 대신 작은 일거리를 다양하게 꾸리길 권한다. 규모화나 경쟁보다 믿을 만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생활해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70쪽). 생업은 자본논리에 반(反)하는 생계 방식이기도 하다. 당장은 전업을 차버리고 생업을 선택할 자신이 없다고? 그렇다면 최소한 부업을 하는 데서 출발해 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지금 회사원이래도 조금씩 부업을 시작하라고까지 권한다(68쪽), 이런 경험을 쌓는 것이 생업적 감각을 몸에 익히고 벼르는 데 큰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어쩌면 미래를 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든든한 저축액보다 바로 이 자기만의 생업적 감각일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