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다”

  • 작성자 사진: 진규 최
    진규 최
  • 2016년 9월 9일
  • 2분 분량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노먼 포터 지음 필자는 책 만드는 일을 하는데, 원고를 편집하는 일과 함께 책 디자인도 맡고 있다.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의 편집·디자인이 주된 일이며, 이따금 다른 출판사의 책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외주 디자이너 일을 겸하는 것이다. 2010년 우연한 기회에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실력을 갖추기도 전에 무턱대고 일을 시작한 터라 내내 좌충우돌이었다. 특히나 현장의 책 디자이너 대다수가 시각디자인 혹은 산업디자인 전공자인 데 반해 미술 교육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처지여서 무언가 간단한 작업을 하더라도 자신이 없어 애를 먹었다. 그런데도 책 디자인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글자 빼곡한 '원고'가 책이라는 손에 쥐어지는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늘 너무도 신기해서였다. 그 과정에 편집자로서만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도 참여하고 싶었다. 책 디자이너는 저 신기한 '탈바꿈'을 도모하는 사람이니까. 야심은 그랬으나 막상 작업은 막막함의 연속. 그래서 디자인 프로그램 자습서부터 시작해 디자인 분야 도서라면 되도록 많이 찾아 읽었는데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보자마자 단연 마음을 끄는 데가 있었다. 보통은 '디자인'이 무언지를 논하면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같은 제목을 내거는데 이 책은 생소하게도 '디자이너'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아닌가.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만을 고민했지 어떤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고민은 해보지 않은 터라 저런 질문이 은근히 신경을 자극했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의 저자 노먼 포터는 1923년생 영국인으로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목수이자 시인이자 교육자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을 계기로 아나키즘적인 지향을 가졌다고 하며 30대부터는 영국 어느 소도시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며 지내다 훗날 미술대학 교편을 잡기도 한다. 저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우선은 현장 디자이너이면서도'전업 디자이너'가 아니라 목수 및 시인으로 살았다는 점과 교육자로서 디자인 교육에 힘쓴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성향과 특징이 상당히 잘 스며들어 빛을 발하는 책이 바로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말하는 디자이너의 정의란 무엇일까. 1장의 첫머리가 이러하다.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을 덧붙인다. "행동을 구상하고 나서 실천 수단을 마련하기 전에, 그리고 결과를 가늠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는 활동 영역에는 모두 그들이 있다." 즉 일과 일 사이에 멈춰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는 일이 모두 '디자인'이고, 그렇게 하는 사람 모두 '디자이너'라는 말이다. 이 책에는 산업 현장에서 뛰는 디자이너들을 향한 조언도 많은 만큼, 사실상 소수의 디자인 종사자를 위한 책일 수도 있다.하지만 첫머리에서 강조하듯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라는 생각에 입각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및 사람들과 협력해가는 기술들을 탁월하게 풀어낸다. 저자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바는 다음 문장과 같다. "디자인은 결정이나 결과 못지않게 관심, 반응, 질문과도 연관된 분야"라는 것이다. 저자는 디자인이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산출하는 일인 동시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디자인이 관심을 기울이고 반응을 주고받고 질문을 찾는 일임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라고 설명한 이후 그는 다시 디자이너는 (나이를 불문하고) '학생'이라고 표현한다. 탐문하는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책은 결국에 가서는 뜻밖에도 '좋은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환기시킨다. 분명 디자인 교과서인데 어찌 읽으면 인생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bottom of page